2009년 10월 19일
만화『스바루』論 Ⅱ
만화『스바루』論 Ⅱ
일자: 2009-10-18
글: 임준형
『스바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다
2년 전에 아래와 같은 평론을 썼었는데
http://imjohnny.egloos.com/1507687
오늘 다시 만화를 감상하고
새로운 생각들이 들어 아래에 정리해둔다.
Ⅰ. 예술의 본질에 대하여
예술활동은 다음의 3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1. 진리 탐구
2. 자아 실현 → 천재성의 발현
3. (감성을 통한) 소통
1. 진리 탐구
이건 문학ㆍ미술ㆍ영화 같은 '기록물'로서의 특성을 가진 예술이 주로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음악도 '가사'를 통해 이 활동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는 학문과 예술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다. 인류의 보다 정확한 세계 인식을 위해 작가가 자신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인식한 세계의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물론 그 진실은 '객관적' 진실이 아니다. 누구도 이 세계의 객관적 진실을 알 수 없다는 전제 하에 (탈근대적 인식관이다) 우리는 '상호주관적 객관성'을 추구한다. 즉, 우리는 장님이지만 코끼리를 부분부분 만져서 알게 된 촉각(인식)들을 모아서 종합하면 그나마 객관적 인식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지점에서 작가가 자신이 바라본 진실을 거짓 없이 표현해야 한다는 '진정성'이 중요해지고, 또 남들이 이미 다 제공한 인식이 아닌 보다 새로운 인식을 제공해야만 인류가 더 나은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독창성'이 중요해진다. → 이 '독창성'이 중요해진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의 2번째 요소인 '자아 실현'과 '천재성의 발현'으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2. 자아 실현 → 천재성의 발현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여기서 자아란 '근대적' 자아를 말한다. 즉 중세 혹은 전통사회에서 공동체의 구성물로서만 존재하는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개미 군집 속의 한 마리 개미처럼 그 독자적 특성이 존재하지 않는) 개인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공동체의 (혹은 역사 속의) 다른 인간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며 드러나는 특징적 인격을 갖추게 되었을 때 그것을 완벽히 실현된 자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세 이전에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모두가 신ㆍ자연ㆍ사회의 섭리에 순응하고 주변의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지 주변과 뚜렷이 구별되는 자신의 인격을 드러낸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 근대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민주주의'의 기초, 즉 개인 자신이 바로 자신의 정신ㆍ육체의 주인이고, 그 정신과 육체를 형성해 갈 자유를 갖는다는 이념 위에 + 자본주의의 축복, 즉 자신의 인격을 형성ㆍ전개하는데 필요한 소유권을 보장받고 계약형성의 자유 역시 갖는다는 이념이 더해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인간에게는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마련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근대 과학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이념인인 결정론이 출현하면서 특징적 자아의 실현이란 도대체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되고 말았다. 결정론이란 근대 과학의 기계론적 세계관이 극단화된 것으로, 자연의 운동 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각까지도 원자의 운동 레벨에서 모두 정해져있고 예측가능하다는 이론이다. (물론 이 이론은 20세기 초의 양자역학에 의해 붕괴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특징적 자아를 갖는다는 것은 도대체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된다. 우리가 배고프고, 졸리고, 밥먹고, 잠자고 하는 것은 사실 모두 예정된 일들이고, 우리가 하는 생각이나 말 따위도 모두 예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세상의 누구에게나 계속 반복되어 왔던 흔해빠진 일이 되고 만다. 내가 하는 생각,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사랑 따위 사실 이미 수천년 전부터 다 반복되어 오던 일일 뿐이고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일 뿐이고 누구나 비슷한 걸 하고 있는 흔해빠진 일일 뿐인 것이다. (이 생각이 발전하면 '구조주의'에 의한 인간 '주체성'의 붕괴에 도달하게 된다) 이 함정 속에서 우리는 누구도 '특징적인' 개인이 아니라, 개미 군집 속의 한 마리 개미처럼 인류라는 생물종의 영속 속에서 잠시 존재하고 스쳐갈 뿐인 의미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 자아실현 불가의 함정에 빠지고 마는가? 아니다. 예외적인 종족이 있다. 예술가들이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낭만주의'적 천재관) 그 결정론의 함정에서 벗어나 과거의 누구도 하지 못한 생각을 해내고 현재의 다른 누구도 하지 못하는 작품ㆍ퍼포먼스를 창조해낸다. 그 점에서 철학자라는 종족도 (남들이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해낸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비슷한 종족이라고 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학문과 예술은 바로 그 작업에서 '창조성'이 차지하는 절대적 위치 때문에 인간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일로 여겨져왔다. 물론 지금은 그 창조성이 인정되는 일의 영역이 매우 넓혀져 있기는 하다. 어떤 일이든 (기업경영이든, 요리든, 스포츠든 간에) 창조성을 불어넣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남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자아를 실현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과 예술은, 그리고 특히 예술은 그 작업의 창조성에 있어서 여전히 특별한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예술활동의 3번째 요소인 '(감성을 통한) 소통'에서 해명된다.
3. (감성을 통한) 소통
철학(학문) 역시 (예술처럼) 진리를 탐구하고, 또 인간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다. 그러나 예술은 철학보다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예술가와 철학자라는 두 단어 중 발음했을 때 어느 단어가 더 간지가 나는지 생각해보라)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것은 예술이 감성의 영역을 조종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활동에서 이성의 영역 역시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기는 하나 그 창작과 감상이 주로 일어나는 영역이 감성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세계관에서 감성은 모더니티의 이성ㆍ합리로 통제할 수 없는 非이성ㆍ非합리적인 것으로 경시되고 천대받아 왔다. 그러나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감성이 그 '모더니티'와 인간이성의 위대함으로도 그 정체를 여전히 알 수 없는 불가해하고 신비스러운 요소가 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는 것은, 바로 그 '감성'에 근대 문명이 여전히 충분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과 가능성을 보다 더 치열하게 밝혀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소위 '포스트 모더니즘'적 철학과 예술이 이성보다 감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예술이 철학보다 더 특별한 지위를 갖는 것은, 아직도 인간 이성에 의해 그 정체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감성의 영역을 통해 타인들과 의사소통을 시도하며, 또 바로 그 감성을 통해 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진리를 전달하고, 자신의 인격을 드러내며, 감상자들에게 그 정체를 충분히 규명할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철학이 뭔가 더 어렵고 간지가 나는 것은 바로 그 프랑스 철학 특유의 예술과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감성의 영역을 넘나드는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Ⅱ.『스바루』론: '천재'와 '감성'의 가능성을 향해
以上에서 밝혀낸 예술활동의 3요소를 통해 통해 만화『스바루』가 보여주는 예술을 평가해 볼 수 있다.
1. 진리 탐구
스바루의 춤은 이것이 가능하다. 그녀는 그 어떤 감정과 이야기든지 간에 자신의 춤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춤을 통해 자신이 파악한 세계의 진실을 전달하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자연언어와 완전히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는 '춤'을 통해 그것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3. (감성을 통한) 소통 - 의 가능성을 강하게 신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 자아 실현 → 천재성의 발현
작가는 우선 예술에서 '자유'를 통한 '자아 실현'의 기능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드러내고 있다. 스바루가 교도소에 가서 위문 발레 공연을 펼치자, 죄수들은 스바루가 보여주는 '자유'에 기반하여 '예술'을 통해 드러내는 그 극도의 환희에 젖은 '자아 실현'의 모습을 보고, 또 그 과정이 스바루의 강렬한 표현력에 의해 죄수들에게 절실하게 전달되자, 죄수들은 차라리 죽음을 원한다고 외칠 정도의 극심한 좌절감에 빠져 절규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스바루처럼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자유'가 없으므로!) 게다가 스바루의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스바루의 예술공연에 감동한 죄수들의 도서 대출과 시청각 자료 이용이 급증하게 된다. (즉, 죄수들이 감옥 안에 있으면서도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행동을 더 강하게 표출하게 된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보았을 때 작가는 자유에 기반한 예술의 자아 실현의 기능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천재성'이다. 작가 소다 마사히토만큼 이것에 집착하는 만화가도 드물다. 그의 모든 작품은 '천재'에 대한 이야기다. 인류 역사 속의 그 누구와도 다른 바로 '자기 자신'을 실현하려는 천재들의 치열한 투쟁의 이야기만을 그는 한 작품도 빠지지 않고 그려냈다. (그리고 작가 자신 역시 그 천재의 영역에 이미 도달해 있는 듯 하다.)
3. (감성을 통한) 소통
이 부분에서의 작가의 표현에 이 작품의 가장 천재적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감성'의 가능성에 대한 SF적 탐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춤'이라는 예술활동을 통해 감상자의 감정상태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상자들을 자신이 도달한 ZONE(육감이 극도로 예민해져 아주 작은 소리나 사물까지 감각할 수 있는 상태)으로 데려가거나, 감상자들의 정신 속에 하루 종일 그치지 않고 울리는 음악의 멜로디를 새겨넣기도 한다. 이것은 다분히 '예술은 현재 무엇인가'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적ㆍSF적 탐구에 가깝다. 그리고 이것은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ㆍ문명사적 통찰에 의해 도달한 생각의 영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대 문명은 인간의 이성을 극단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추동되어 왔지만 그 발전은 지금 정체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은 발전의 영역은 무엇인가? '감성'이 아니겠는가? 감성은 아직도 그 정체와 본질이 규명되지 않은 신비로운 영역이며, 인간에게 아직도 불가해한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공감'을 들 수 있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인간은 언어를 통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어찌 신비하지 않은가? 물론 이 능력에 대하여 이미 과학적 규명이 시도하고 있으나, 그 전모는 아직도 거의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바로 이 감성이 어떤 영역으로 인간을 데려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탐구가, 이후의 소위 '포스트 모던' 시대의 중요한 탐구영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감성'이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예술'에서 작가가 그러한 예언자적 탐구를 수행한 것은 그가 바로 예술가적 직관을 통해 이상과 같은 문명사적 사고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는 이러한 내용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능력은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의 작품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예술가이고 예술가의 (감성적) 언어를 통해 이미 설명을 끝냈기 때문이다.
Ⅲ. 보론: 기타 포스트 모던적 성격
以上 서술한 외에도 이 작품은 다양한 포스트 모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클래식 발레를 주제로 하는 만화이면서도 스트릿 댄스와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사도라 덩컨의 맨발 댄스가 '모던' 댄스라면, 운동화를 신은 스트릿 댄스를 '포스트 모던' 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클래식 발레를 다루는 작품들은 아무리 주인공이 非서구인이라 하더라도 클래식 발레의 주인공들이 서구인들라는 것까지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예 (뉴욕에 거주하는) 아시아인, 라틴계, 흑인 등 다인종을 주역으로 한 클래식 발레단을 선보이며, 클래식 발레에서 서구인들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관념 자체를 부정한다. 이 역시 기존 클래식 예술의 서구중심성을 부정하는 포스트 모던적 경향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by | 2009/10/19 00:00 | 만화 리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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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 정도로 빡세게 살아줘야 멋진 삶ㆍ예술적 삶ㆍ창조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생찬가"로 보는게 맞다고 생각함 ㅋㅋ
글고 2부 1권이 나왔다고???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음 ㅠㅠ 제목 알려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