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애호의 행복한 만남 -『90년대를 빛낸 명반 50』(2006)

 


비평과 애호의 행복한 만남 -『90년대를 빛낸 명반 50』(2006)

작성일: 2009-08-09
작성: 임준형



Ⅰ. 들어가며

가장 뛰어난 뮤지션들이 당대에 가장 인기있는 뮤지션들이기도 했던 매우 예외적인 시대인 90년대,
사람들이 가장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음악을 들었던 (역시 예외적인) 시대였던 90년대를
이 책의 저자들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황금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대중음악 비평씬의 합의에 위배되는 주장입니다.
이전의 평론가들은 1980년대를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90년대에 10~20대를 보내며 90년대의 음악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들었던) 이 책의 저자 4인은
상당히 당돌하게 여러 가지 면에서 선배 비평가들의 의견에 반박하고
정석원(015B), 김동률, 유희열, 신해철, 서태지와 아이들, 이적, 신승훈, 강산에, 이승환, 이상은, 김현철, 김건모,
이소라, 장혜진, 윤종신, 듀스, 솔리드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뮤지션들의 성취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가며 자신들의 주장이 타당함을 입증합니다.

그리고 90년대에 10대를 보내며 책의 저자들만큼이나 당시의 대중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저 역시
기본적으로 그들와 같은 생각(90년대가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였다는)을 하고 있었으며
이 책을 읽으며 음악비평의 언어로 그 생각이 입증되는 것을 지켜보며
제가 좋아했던 음악들의 "음악적" 위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게 된 과정은
저의 90년대의 가장 즐거웠던 순간들만을 불러와
(그 대부분의 시간들에 음악이 있었습니다)
회고하게 되는 것만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간만에 90년대의 음악들을 꺼내 다시 듣기도 했구요.

90년대에 감수성 예민한 10대~20대를 보내시며
9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을 열심히 들으셨던 분들깨서는
이 책을 읽으시며 저와 비슷한 즐거운 소회를 갖게 되시리라 믿으며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9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을 다루고 있다"라는 점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많은 미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미덕들을 두 가지 점으로 압축하여 소개하면
①진짜 "음악애호가"들의 ②"전문적인" 비평서라는 점입니다.

제가 언급하고 있는 저 '애호'와 '비평'은
제가 비평에서 반드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입니다.
그러나 그 두 가지는 사실 균형있게 양립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들이기도 합니다.

애호가 넘치면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고,
비평의 객관성에  집중하다 보면 작품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리기 쉽고
그렇게 너무 뒤로만 물러나 작품을 바라보면 본질을 놓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비평은 읽는 이에게 아무 감동도 줄 수 없는 무미건조한 것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두 가지를 훌륭하게 달성하고 있고,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Ⅱ. 애호: 진짜 "음악애호가"들의 비평서

이 책의 저자들이 기존의 대중음악 평론가들의 의견(1980년대가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라는)에 반박을 제기하면서
또 한 가지 면에서 기존 평론가들을 공격한 것은 그들의 "젠 체"(엘리티시즘)가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기존 평론가들은 실제로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고 진짜로 심취하지도 않으면서
음악평론가의 직함을 달고
음악을 오로지 음악 자체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부차적 요소들(가사 등)로만 음악을 평가하면서
아티스트와 평단의 괴리, 평단과 대중의 괴리만을 심화시켜 왔다는 것입니다.

기존 '문화평론가'란 이들은 대개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90년대 초 운동씬의 붕괴와 한국 대중문화의 부흥기에 생계를 위해, 혹은 문화운동의 명목으로 진출하여
업계를 담당하게 된 이들로,
대중음악 자체의 코드와 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자신들이 아티스트들 보다 몇 단계 위에 있다는 듯이 대중음악에 대한 혹평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아티스트들은 비평가라는 직업군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고
그 아티스트의 음악을 좋아하던 대중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비평가들이 아티스트들보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심하게 떨어지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어떤 예술작품의 본질을 통찰하기 위해서 그 작품을 좋아하고 작품에 몰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접근법 중의 하나인데
기본적으로 그들은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고 비평을 다른 목적(문화운동 등)의 수단으로만 여겼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음악 자체의 어법에 대한 전문성조차 심하게 떨어졌고
당시 90년대에 폭발적으로 도입되던 대중음악의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었으며
'당시 평론가들의 전문성이 부족했다'라는 저자들의 생각에 동의하며
당시 평단이 아티스트들보다 어느 때보다 심하게 뒤떨어졌던 시대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90년대에 10~20대를 보내며 당시의 한국 대중음악에 심취했었고,
그것에서 나아가 당시부터 PC통신망의 MUSE라는 음악동호회를 통해 아마추어 비평활동을 계속해오던 이들입니다.
이들은 현재 모두 30대 이상의 직장인들로 음악과 상관없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아마추어 음악 비평활동을 계속해왔고,
지금 한국 대중음악의 위기를 맞아
(저자들이 현재가 한국 대중음악의 위기라고 주장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현재 '작가'라고 할만한 음악인들이 대중음악씬에서 전부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논거라고 하겠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였던 90년대의 음악들이 잊혀지는 것은 안타깝게 여기고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들의 글은 이들이 음악을 진실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전의 평론가들의 "젠 체"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음악에 대한 이들의 뜨거운 열정과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경이 묻어나옵니다.
바로 그러한 애정에 기반하여 이들이 보여주는 대중음악 작품들에 대한 다각적ㆍ심층적 접근은
당시의 대중음악을 좋아하던 이들이 이 책의 내용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이들의 글은 이전의 비평가들을 넘어서는 전문성 역시 갖추고 있습니다.



Ⅲ. 비평: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추어 애호가들이라고 하여 이들을 얕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히려 전에 제가 읽었던 다른 어떤 한국 대중음악 비평서들보다
더 전문성을 갖춘 책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른 책들의 비평이 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러한 전문성은 이 책의 구성, 내용, 접근법 등에서 모두 드러납니다.
(역사를 전공한 제가 보기에 이 책은 '음악史'책이 가져야하는 정석적 구조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저자들 모두 음악과 상관없는 전공이긴 하지만 그들이 다 석사학위 이상자들이라는 점이
'책'을 쓰는데 장점으로 작용했을 듯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전문성은 가장 빛을 발합니다.
인터뷰에서 아티스트들은 90년대의 비평가들이 음악의 창작과정과 테크놀로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불평하면서도
저자들이 던지는 매우 '음악'적이고 또 음악의 창작과정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전제한 질문들에는
매우 흔쾌하고 진지하게 자신들의 고민을 담아 대답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전혀 "과시"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언어로만 비평을 서술하며
불가피하게 전문용어를 써야하는 대목에는 아무리 사소한 용어라도 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그럼으로써 저자들은 90년대 대중음악과 그 음악을 담당하던 아티스트들의 본질에 대한 이해로
독자들을 아주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Ⅳ. 나가며

이 책은 저도 아는 형으로부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며 추천받은 책인데,
저 역시 이 책을 읽은 후 가장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제가 매우 좋아하는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균형을 이루기 힘든 저 애호와 비평의 만남을 높은 수준에서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 자체가 어떤 귀감(龜鑑)이 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다른 이런저런 면들을 다 집어 치우고라도,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9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
다른 무엇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드리게 될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90년대의 음악을 사랑하셨던 분에게라면 누구에게나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90년대 음악으로의 시간여행에,
여러분을 자신있게 초대합니다. 




참조링크

네이버 책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2510300)



※ 목차

 

Intro. 96년, 그리고 2006년

I. 시작하며 - 과연 대중음악의 황금기는 1980년대였을까?

II. 1990년

(1) 박학기 2집 * 김영 동아기획 사장 인터뷰

III. 1991년
(2) 신승훈 [보이지 않는 사랑]
(3) 신해철 [Myself]
(4) 이문세 7집
(5) 조용필 13집

IV. 1992년
(6) 015B [The Third Wave]
(7) 김현철 [32℃여름] * 김현철 인터뷰
(8) 내일은 늦으리
(9) 봄여름가울겨울 3집
(10) 서태지와 아이들 1집
(11) 한영애 [1992]
(12) 현진영 [New Dance 2]

V. 1993년
(13) 김건모 2집
(14) 낯선 사람들 1집
(15) 서태지와 아이들 2집


VI.1994년
(16) 넥스트 [The Return of N.EX.T part I the Being] * 신해철 인터뷰
(17) 노이즈 2집 * 노이즈 천성일 인터뷰
(18) 듀스 [Rhythm Light Beat Black]
(19) 장혜진 [Before the Party]

VII. 1995년
(20) 김광석 다시부르기
(21) 더클래식 2집
(22) 듀스 [Force Deux] * 듀스 이현도 인터뷰
(23) 서태지 4집
(24) 솔리드 2집 * 솔리드 정재윤 인터뷰
(25) 이상은 [공무도하가]
(26) 이승환 [Human] * 이승환 인터뷰
(27) 조관우 2집
(28) 크래시 [To Be or Not to Be]

VIII. 1996년
(29) 015B [Farewall to the World] * 015B 정석원 인터뷰
(30) 강산에 [Vol. 2 삐따기]
(31) 노이즈가든 1집
(32) 박진영 [서머 징글벨]
(33) 유앤미블루 [Cry...Our wanna be nation!]
(34) 윤종신 [우(愚)]
(35) 전람회 2집
*전람회 김동률 인터뷰
(36) 조규찬 [The Third Season]
(37) 패닉 [밑]

 

IX. 1997년
(38) 델리스파이스 1집
* 델리 스파이스 윤준호 인터뷰
(39) A Tribute to 신중현
(40) 이승환 [Cycle]
* 프로듀서 유희열 인터뷰
(41) 이한철 [되는건 되는거야!]
(42)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43) 한상원 [Funky Station]

 

X. 1998년
(44) 미선이 [Drifting]
* 미선이 조윤석(루시드 폴) 인터뷰
(45) 윤상 [Insensible]
(46) 이소라 [슬픔과 분노에 관한]
(47) 정원영 [영미 Robinson]
(48) 크라잉넛 1집

XI. 1999년
(49) 롤러코스터 1집
* 롤러코스터 이상순, 지누 인터뷰
(50) 토이 [A Night in Seoul]
* 유희열 인터뷰

 

XII. outro -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접속점, 혹은 단절점



부 록

1.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 (1999.12 음악잡지 SUB 선정)
2. 50대 명반 한눈에 보기 : 누가 누구랑 같이 했나?

- 감사의 글
- 찾아보기

 

 

 

 



by imjohnny | 2009/11/01 09:22 | 음악 일반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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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l.1] (2006) 2007-08-28Ⅰ. 들어가며: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기린아 015B앞서 제가 소개한『90년대를 빛낸 명반 50』(참조: http://imjohnny.egloos.com/2462500) 을 읽으면서가장 중요하게 다시 발견하게 된 아티스트는 그룹 015B입니다.90년대에도 물론 그들을 매우 좋아하긴 했지만1996년 은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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