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03일
[영화] 장철, <금연자 / 심야의 결투>(金燕子, Golden Swallow, 1967) ***


장철과의 딥키스 - <금연자>
글 : 임준형
1. 들어가며
장철 (張徹) 감독의 두번째 무협영화 연출작인 이 영화는 호금전의 영화 <대취협 / 방랑의 결투>(大醉俠, Come Drink With Me, 1965) 의 속편이다. 전작의 정패패가 전작과 같은 인물인 "금연자" 출연하고 연출도 원래 호금전이 맡기로 되어 있었으나 호금전이 소씨 형제와의 갈등으로 쇼브라더스를 퇴사하게 되어, <독비도 /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獨臂刀, One-Armed Swordsman, 1967) 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장철 감독이 호금전으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아 감독하게 되었다. 영화 <대취협>과 <호금전>은 연작 영화이면서 두 감독의 스타일의 차이를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비교 작품이 되었고, 또 각각의 감독의 대표작이자 홍콩 무협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되었다.
많은 평론가 혹은 감독들(정성일, 영화감독 오승욱 등)이 <독비도>가 자신들과 장철과의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과도 같은 영화였다고 고백한다. <독비도>가 그들에게 첫키스와도 같은 영화였다면, 이 영화 <금연자>는 그야말로 장철과의 딥키스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장철 영화의 끝간데 모를 폭력성, 잔혹함, 비장미, 막나감이 아주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그러한 스타일 이외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 일견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이 영화의 장철 특유의 스타일은 그만큼 압도적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
2. 줄거리
영화 <대취협>에서 등장한 바 있는 여검객 금연자(정패패 분)는 어느 날 적들의 암습을 받고 죽을 위기에 처하나 한도(나열 분)라는 인물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후 무림을 떠나 한도와 함께 은거하게 된다. 그러나 무림에서는 수백 명의 악한들이 학살당하고, 학살의 현장마다 금연자의 표식이 남겨져 금연자를 향한 복수의 칼날들이 날아들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건은 금연자의 사제인 은붕(왕우 분)이 은거하는 금연자를 불러내기 위해 도모한 일이었다. 은붕은 금연자를 매우 사랑하였으나 그녀가 무림에서 사라져 볼 수 없게 된 것에 분개하여 그와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이다.
은붕이 살해한 악한들 중에는 금룡당이라는 무림의 거대한 일파가 있었고, 금연자와 은붕을 죽이기 위한 금룡당의 끝없는 습격이 계속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은붕과 한도와의 금연자를 사이에 둔 싸움이 벌어지고, 그 싸움에서 은붕은 암습을 가해오는 금룡당의 악한으로부터 금연자를 구하려다 치명상을 입게 된다.
치명상을 입은 후 은붕은 금연자의 자신에 사랑을 확인하나, 그는 이미 살 수 없게 된 몸이었다. 금연자와 한도에게 자신의 죽음을 보이기 싫었던 은붕은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을 사모하는 기생과 함께 떠난다. 그러나 은붕에게 다시금 금룡당의 무리들의 습격이 덮쳐오고, 은붕은 자신을 따라온 기생의 목숨과 또 자신의 무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치명상을 입은 몸으로 수십명의 적들과 혼자 싸우게 된다. 결국 은붕은 적들을 모두 물리치게 되나, 부상을 입은 몸으로 수십 명과 혼자 싸워야 했던 은붕은 온몸이 칼과 창으로 꿰뚫리고 분수처럼 피를 쏟으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3. 각본, 촬영, 액션 - <독비도>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이 영화의 각본은 장철 감독의 전작 <독비도>의 각본을 썼던 홍콩의 (당시의) 유명한 각본가 예광 (倪匡, 1935~ ) 이 썼다. 소설 《신조협려》(神鵰俠侶, 1959) 로부터 "외팔이 검객"이라는 매우 간단한 소재 하나만을 빌려와서 사용했던 <독비도>의 각본과 달리 이 영화는 금연자와 은붕, 한도 간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꽤 복잡한 줄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촬영도 마치 표현주의 세트 같은 간단한 세트 장에서 영화의 전장면을 촬영했던 <독비도>와 달리 영화 <금연자>는 많은 씬에서 시원한 롱쇼트의 로케이션 촬영을 보여주고 있고 촬영기법도 원경, 근경, 공중숏을 넘나드는, <독비도>에서보다 훨씬 더 다양한 테크닉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촬영기법의 변화는 액션 연출의 발전에 동반한 것으로, <금연자>에서 장철과 무술감독 유가량은 <독비도>에서 보다 ㅡ 대량의 엑스트라들을 동원하고 훨씬 더 박진감 넘치는 무술동작들을 연출하는 등 ㅡ 훨씬 더 화려하고 박력있는 무협액션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에 따라 촬영기법 역시 더 복잡해진 것으로 보인다.
4. 폭력성
장철 영화의 지독한 폭력성은 ㅡ 전작 <독비도>에서도 싹이 보였지만 ㅡ 이 영화에서 비로소 완전히 만개하고 있다. 이 영화의 황당할 정도의 폭력성은 어떤 극(極)에 달해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약 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은붕은 혼자서 약 223명의 사람을 죽이고 금연자는 약 33명을 죽이며 기타 죽음을 당하는 사람이 약 10 명에 달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는 총 280명이 죽음을 당하는데 이는 100분 동안 1분마다 약 3명이 계속 죽어 나간다는 것이다. 기관총이 등장하는 전쟁영화도 아닌 이 작품에서 이렇게 많은 살인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 영화의 폭력성이 어떤 농담과도 같은, 어떤 비현실과도 같은 경지에 달해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5. 비장미
장철 영화의 특징인 - 전작 <독비도>에서 선보인 바 있는 - 비장미 역시 이 영화에서 비로소 흐드러지게 만개하고 있다. 무협 영화의 세계는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세계이다. 무협 영화에서 사람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현실 세계 사람들의 그것과 좀 다르다.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칼을 빼어들고 목숨을 걸고 싸우며 명예나 의리와 같은 가치를 위해 쉽게 목숨을 내버린다. 이 영화는 무협 영화의 그러한 특징을 극한까지 끌고 가 보여주고 있다.
무림의 방회 금룡당의 집회에서 배신자로 몰린 한 남자는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커다란 작두 속에 들어가 자신의 허리를 두 동강 내고, 십여 세의 어린 소년이 자신이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칼로 배를 가르고 죽음을 맞이한다. 조금도 두려워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이 영화의 비장함은 어떤 숭고한 아름다움의 경지까지도 범접하고 있다.
이 영화의 비장미가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역시 은붕이 치명상을 입은 채로 금룡당의 자객들과 혈전을 벌이는 마지막 시퀀스이다. 정성일, 영화감독 오승욱 이 격찬한 바 있는, 온몸이 칼와 창으로 꿰뚫려 너덜너덜해지고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면서도 끝까지 칼을 놓지않고 적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도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은붕의 모습을 지독히도 끈기있게 보여주는 이 시퀀스는 영화 역사상 가장 비장한 순간 중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6. 나가며
전술한 바와 같이 장철 감독의 영화 <금연자>는 감독의 전작인 <독비도>에서보다 한층 더 발전된 수준의 각본과 촬영, 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후의 장철 영화들을 특징짓게 되는 있는 폭력성과 비장미가 이 영화에서부터 비로소 만개하고 있으며, 그 폭력성과 비장미의 경지에 있어 장철의 영화들 중에서도, 그리고 홍콩 무협 영화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이 영화는 가장 뛰어난 경지에 올라있는 작품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2007-01-03)



서글프지만 칼을 차고,
세상의 끝으로 걸어가네.
세상의 여러 곳을 배회하며,
봉황새는 높이 있는 하늘을 어루만지네.
그곳은 언제나 추운 곳.
산은 수만 리에 뻗어 있는데,
봉황새는 어디에 앉을 것인가?
고대 귀족 출신인 이 제비는 어느 둥지로 향할 것인가?

제목 : 금연자 / 심야의 결투 (金燕子, Golden Swallow, 1967)
감독 : 장철 (張徹, Chang Cheh, 1923~ 2002)
출연 : 왕우, 정패패, 나열
시간 : 104분
(2006-12-20 감상)
캐스팅
은붕 .... 왕우
금연자 .... 정패패
한도 .... 나열
스탭
연출 : 장철
각본 : 예광 (倪匡, 1935~ )
제작 : 런미 쇼
촬영 : 포학례
음악 : Fu-ling Wang
편집 : 강흥륭
무술감독 : 유가량
참조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499
http://imdb.com/title/tt0063105/
장철 (張徹, Chang Cheh, 1923~ 2002)
무협 영화의 명가 쇼브라더스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말하는 장철과 그의 순결한 사내들
나는 왜 그렇게 장철 영화를 좋아하나? (영화감독 오승욱)
# by | 2007/01/03 17:14 | 中華 영화 | 트랙백(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영화] 호금전, <대취협 / 방랑의 결투>(大醉俠..
제목 : <대취협 / 방랑의 결투>(大醉俠, Come Drink With Me, Big Drunk Hero, 1965) ***1/2 감독 : 호금전 개봉 : 1966-04-07 (홍콩) 시간 : 91분 캐스팅 정패패 .... 금연자 악화 .... 취협 진홍렬 .... 옥면호 스탭 연출 : 호금전 각본 : Ye Yang 제작 :&nbs......more